초록우산

무자격자의 자가진료는 '동물학대'

작성일 : 2017-05-30 23:53 작성자 : 김나연

한 반려견이 피하주사를 맞은 뒤 염증이 발생한 모습

 

반려동물을 살아있는 장난감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민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역시 반려동물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을 보는 관점부터 '소유 물건'에서 '보호해야 할 생명체'로 전환하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을 최소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한 올바른 반려문화 조성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육견협회 등 사육자 편의에 치우친 행정과 동물약품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힘의 논리에 밀려 피하주사를 자가진료 허용 범위로 인정하는 행정지침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비상식적이고 동물학대를 조장하는 것으로 농식품부의 이 같은 모습에 수의사들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무자격자의 무분별한 의료행위는 귀중한 생명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의사인 본인은 보호자들이 자가접종을 하고 동물이 거의 죽을만큼 위독해져서 응급실을 찾아오는 경우을 많이 보았다.

 

잘못된 피하주사는 피부에 염증과 봉와직염, 심하게는 피부 종양까지 발생해 생명을 위협 할 수 있는 의료 행위이다.

피하주사의 자가진료 허용은 더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일반 가정에서 주사기와 동물약품을 함께 보관하고 있다가 만약 초등학생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 타인에게 주사를 놓을 경우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피하주사 허용 문제는 동물을 넘어 사람들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30년째 임상에 임하고 있는 필자도 아직까지 한달에 최소 1번 이상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 각종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동물은 품종에 따라 저마다 체중과 크기가 다르며, 약물에 대한 생체내 반응이 치명적일 수 있고, 스스로 증상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보다 더욱 섬세한 검사와 진찰이 필요하다. 그만큼 수의학은 고도의 전문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개와 고양이를 주로 진료하기 때문에 설치류나 파충류 등이 병원에 오면 전문 수의사에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 이유는 동물진료가 장난감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처럼 한번 해보고 잘못되면 다시 처음부터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된 진단과 투약은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을 죽일 수도 있다.
 

국내 반려동물 진료비가 비싸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학회 참석차 외국에 나가 현지 수의사들과 진료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결코 우리나라의 진료비가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호자들이 느끼는 진료비 부담은 아마도 의료보험제도가 적용되는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료비가 비싸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부가 작년 7월 '반려동물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한 뒤 진료비 부담 완화책으로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 연구 용역이 진행중이다.

연구 용역은 공시제와 수가제도 도입 관련 조사를 진행한다. 국내와 선진 외국의 사례와 제도를 비교 분석하고 예상문제점이나 필요사항 등을 도출하게 된다.
 

단순히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보호자 스스로 동물의 피부에 침습적인 주사를 놓는 등 전문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은 말 못하는 동물에겐 학대이며 너무 가혹한 일이다.

자가진료 행위 자체가 바로 동물학대 행위임이 분명한데도 피하주사를 자가진료 허용 범위 안에 넣는 것은 농식품부가 생명존중과 동물복지에 대한 기본적 인식조차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농식품부가 졸속으로 행정 처리를 한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동물학대를 조장하는 부처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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